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열풍, 다들 기억하시죠?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슬램덩크 붐’을 일으켰는데요. 그런데 이 열풍이 일본의 한 조용한 바닷가 마을을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바로 그 유명한 슬램덩크 성지, 가마쿠라 고교 앞 건널목 이야기인데요. 놀라운 사실은, 정작 최신 영화판에는 이 장소가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왜 이곳은 전 세계 팬들로 넘쳐나 심각한 몸살을 앓게 된 걸까요? 오늘 그 진짜 이유를 속 시원하게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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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이 된 ‘슬램덩크 성지’, 대체 무슨 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이곳에 있는 에노시마 전철(에노덴)의 ‘가마쿠라 고교 앞’ 역 근처 건널목은 90년대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오프닝에 등장하며 팬들의 ‘성지’가 된 곳입니다.
2022년 12월 영화 개봉 이후, 이곳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해외 팬들이 급증하면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죠. 문제는 이곳이 원래 관광지가 아닌, 매우 좁은 주택가 골목이라는 점입니다.
- 위험천만한 도로 점거: 인생샷을 위해 달리는 전철 앞에서, 차가 오가는 도로 중앙에서 사진을 찍는 아찔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 심각한 교통 체증: 불법 주차와 인파로 인해 주민들의 차량 통행이 마비될 지경입니다.
- 쓰레기 무단 투기: 조용한 주택가 곳곳이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결국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가마쿠라시는 작년 9월부터 경비원을 배치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영화에도 안 나오는데… 인파가 몰리는 진짜 이유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최신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는 이 건널목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SNS의 폭발적인 파급력입니다. 영화의 세계적인 흥행(전 세계 흥행 수입 2,500억 원 돌파)이 ‘슬램덩크’ 자체에 대한 관심을 재점화시켰습니다. 팬들은 영화 감상의 여운을 ‘원작의 성지’를 방문하고 인증하는 것으로 풀었고, 이 모습이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새로운 방문객을 끊임없이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죠.
둘째, 통계로 증명된 ‘관광 공해’의 심각성입니다.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실제 사건·사고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현지 경찰에 접수된 통보 건수는 작년 5월 6건에 불과했지만, 8월에는 무려 40건으로 7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가마쿠라시는 대책 비용 마련을 위해 클라우드 펀딩까지 진행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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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일본 현지의 엇갈리는 반응
이 상황을 바라보는 일본 현지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팬들: “성지순례 왔는데 사람이 정말 많네요! 영화에 안 나와도 인기는 여전하구나!”라며 뜨거운 분위기를 즐기는 반응이 많습니다.
지역 주민들: “평일에도 사진 찍느라 차도를 막아서 너무 위험해요.”, “드디어 경비원이 늘어서 다행이긴 한데…”라며 안전에 대한 우려와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언론에서는 가마쿠라시의 대응을 ‘오버투어리즘 대응의 전국적 모델 케이스’로 조명하면서도, 정작 작품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은 출판사나 제작사 측이 아무런 대응 없이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성지순례’의 미래를 생각하다
가마쿠라시는 현재 경찰, 지역 자치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막기보다는 ‘안전한 성지순례’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죠.
‘슬램덩크 성지’ 사태는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K-드라마나 K-POP 스타의 뮤직비디오 촬영지가 유명해지면서 비슷한 문제를 겪는 국내 사례도 늘고 있죠. 좋아하는 작품의 흔적을 찾아가는 ‘성지순례’는 분명 즐거운 팬 활동입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이 누군가의 일상을 해치지 않도록, 팬과 지역 사회가 공존하는 성숙한 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네요.
지금까지 일본의 생생한 트렌드를 전해드린 휴PD였습니다. 다음에 더 흥미로운 소식으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