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 갚으면 돼” 50대 부부를 절망시킨 단 하나의 착각

“퇴직금으로 갚으면 되니까.” 중장년층이 내 집 마련을 결심할 때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어쩌면 가장 위험한 주문일지 모릅니다. 특히 50대에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죠. 오늘은 ‘퇴직금 일시 상환’이라는 단 하나의 계획만 믿었다가 은퇴 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일본 50대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안정적인 노후를 꿈꿨던 부부의 계획

이야기의 주인공은 63세의 아키야마 씨와 그의 아내(59)입니다. 부부가 지바현에 3,500만 엔짜리 단독주택을 구매한 것은 남편이 52세 되던 해였죠. 당시 부부를 가장 불안하게 했던 것은 ‘나이가 들면 집을 빌리기 어려워진다’는 현실적인 공포였습니다. 친구인 집주인이 “고령자에게는 솔직히 세를 놓기 꺼려진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내 집 마련을 서둘렀다고 해요.

부부의 계획은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모아둔 돈 500만 엔을 계약금으로 내고, 3,000만 엔을 28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해결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초저금리 시대. 0.5%의 변동금리를 적용받아 월 상환액은 9만 6,000엔 수준으로 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부부의 진짜 믿는 구석은 따로 있었죠. 바로 남편이 65세에 받게 될 퇴직금이었습니다. 퇴직금으로 남은 빚을 한 번에 갚으면, 이후로는 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죠.

계획을 무너뜨린 두 가지 변수: 퇴직금 감소와 금리 인상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부부의 계획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변수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예상보다 줄어든 퇴직금. 둘째,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로 인한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어그러졌는지 표로 정리해 보면 현실이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항목당초 계획현실비고
주택 가격3,500만 엔3,500만 엔
대출 원금3,000만 엔3,000만 엔28년 만기(80세)
월 상환액 (초기)약 9만 6,000엔약 9만 6,000엔변동금리 0.5% 기준
예상 퇴직금1,500만 엔 이 돈으로 상환 계획
65세 시점 잔액약 1,700만 엔약 1,700만 엔
실제 수령 퇴직금1,200만 엔예상보다 300만 엔 감소
상환 후 남는 빚약 200만 엔약 500만 엔갚아야 할 빚 2.5배 증가

표에서 보듯, 남편의 퇴직금은 예상보다 300만 엔이나 적은 1,200만 엔이었습니다. 퇴직금으로 대출 잔액 1,700만 엔을 갚고 나면 500만 엔의 빚이 고스란히 남게 된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2024년 3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변동금리 대출 이자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남편은 정년 후 촉탁 직원으로 일하며 연봉 350만 엔, 아내는 파트타임으로 100만 엔을 벌어 가구 소득은 450만 엔입니다. 부부가 받게 될 연금은 합쳐서 월 22만 엔. 여기서 대출금 약 9만 6,000엔을 내고 나면 생활비는 12만 엔 남짓에 불과합니다. 금리가 더 오르면 이마저도 위태로워지죠.

한국의 50대에게 던지는 질문

이 이야기가 일본에만 국한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고령자는 임대주택 구하기가 어렵다’는 불안감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50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며 ‘퇴직금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죠.

휴PD의 시선으로 보면, 이 사례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단 하나의 시나리오’에 의존하는 재무 계획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퇴직금은 예상대로 나올 것’, ‘금리는 계속 낮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하나라도 빗나가자 은퇴 계획 전체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부터 개정 ‘주택 세이프티넷법’을 시행, 고령자의 입주를 거부하지 않는 주택 등록을 확대하고 돌봄 서비스를 연계하는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서고 있습니다. 집을 소유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셈입니다.

한국 역시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고, 기업들의 퇴직금 제도 역시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지금 50대 주택담보대출을 고민 중이거나 이미 상환 중이라면, 아키야마 씨 부부의 사례를 거울삼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반드시 해봐야 합니다. 퇴직금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금리가 2~3% 더 올랐을 때 우리 집 가계는 버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 계획을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휴PD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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