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환율 방어? 일본이 원유 선물 시장 개입 만지작거린 진짜 이유

WTI 국제 유가가 60달러대에서 단숨에 120달러 코앞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의 충돌 여파죠.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엉뚱하게도 일본 정부가 등판했습니다. 다급해진 엔화 환율 방어를 위해 ‘원유 선물 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초강수를 만지작거리고 있거든요.

도쿄에서 7년째 에디터로 살고 있지만, 국가가 물가 잡겠다고 글로벌 원유 선물에 직접 ‘쇼트(매도)’를 치겠다는 발상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일본 현지 금융권과 시장의 반응요? 한마디로 “미쳤다”는 분위기입니다.

기름값 폭등, 왜 일본이 발작할까?

이쯤 되면 궁금하시죠? 중동에서 싸움이 났는데 왜 일본 재무성이 원유 시장에 개입하려 드는지 말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일본은 에너지를 사실상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잖아요. 국제 유가가 오르면 기름을 사 오기 위해 막대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달러는 귀해지고 엔화 가치는 바닥을 뚫고 내려갑니다. 원유 고공행진이 수입 물가를 올리고, 이게 다시 엔저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상태입니다.

최근 미무라 아쓰시 재무관이나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이 연일 “투기적 움직임이 환율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핏대를 세우는 것도 이 맥락이에요. 환율을 지키려면 근원지인 유가부터 때려잡아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전례 없는 선물 개입, 딜러들이 코웃음 치는 이유

구체적으로는 ‘외환특회(외국환자금특별회계)’라는 국가 자금을 끌어와 원유 선물 매도 포지션을 잡겠다는 구상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기름값 하락’에 베팅하겠다는 뜻이죠.

여기서 반전인데요. 현지 대형 은행 딜러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일제히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 보도를 비롯해 현지 경제지들의 반응을 보면 회의론이 지배적입니다.

“원유 선물을 매도해 가격을 누르려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폭발해 유가가 더 올라버리면? 정부가 짊어져야 할 환매수 손실은 이론상 무한대로 커진다.”

달러를 파는 일반적인 외환 시장 개입은, 예전에 싸게 사둔 달러를 비싸게 파는 거라 오히려 국가 재정에 이익이 남습니다. 하지만 원유 선물 매도는 차원이 다릅니다. 게다가 지금 유가가 오르는 건 단순한 ‘투기’ 때문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라는 명백한 ‘공급 쇼크’ 때문이거든요. 돈으로 찍어 누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현지 시장의 냉정한 평가입니다.

일본의 다급한 엔화 환율 방어, 진짜 노림수

물론 재무성 관료들이 바보는 아닙니다. 현재까지 팩트체크된 상황을 보면, 실제 개입을 단행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을 불러 모아 “만약 개입하면 실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묻는 ‘검토 단계’일 뿐입니다.

현지 언론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정부의 진짜 속내가 보입니다.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피를 흘리기보다는, 일종의 협박성 시그널을 보내는 거죠.

  • 구두 개입의 극대화: “우리 외환 개입 말고 원유 시장까지 건드릴 수 있어!”라며 투기 세력의 포지션 확대를 견제.
  • 국내 여론 달래기: 물가 폭등으로 분노한 민심에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액션 보여주기.

동시에 뒤에서는 실질적인 총알도 쏘고 있습니다. 당장 일본 내 주유소 휘발유 보조금을 리터당 48.1엔(약 430원)까지 대폭 올렸습니다. 2022년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 수치예요. 여기에 국가 석유 비축유 방출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어떻게든 가계 부담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벼랑 끝 일본 경제, 남일이 아니다

이번 해프닝은 일본이 현재 얼마나 코너에 몰려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금리를 팍팍 올려서 환율을 방어하자니 막대한 국가 부채 이자가 발목을 잡고, 이대로 놔두자니 수입 물가가 폭등해 서민 경제가 무너질 판이거든요.

최근 일본 여행 오셔서 [돈키호테 쇼핑 리스트]를 싹쓸이해 가시는 한국 관광객분들에겐 역대급 저렴한 엔화가 그저 반가우시겠지만, 제가 매일 마주하는 현지인들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팍팍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원유 선물 시장을 통한 엔화 환율 방어 시도는 부작용이 너무 커서 실제 실행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봅니다. 만약 정말로 실행에 옮긴다면, 그건 일본 경제가 쓸 수 있는 정상적인 카드가 모두 바닥났다는 절박한 비명 소리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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