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도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으시죠? 일본 Z세대 취준생들 사이에서도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챗GPT로 완벽하게 면접을 준비했는데, 오히려 줄줄이 탈락하는 ‘AI 광탈’ 현상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편리함의 함정에 빠진 일본 Z세대의 충격적인 취업 실패 이유를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AI가 만든 완벽한 답변, 왜 면접에선 통하지 않을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일본의 취업준비생들이 챗GPT를 이용해 자기 PR이나 ‘가쿠치카(学生時代に力を入れたこと, 학창 시절에 가장 힘썼던 일)’를 그럴듯하게 작성합니다. 심지어 AI 면접 시뮬레이션 툴로 수십, 수백 번 연습하며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완벽하게 숙지하죠.
하지만 문제는 실제 면접 현장에서 터집니다. 베테랑 면접관이 서류 내용에 기반해 “그 경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느꼈나요?” 와 같은 심층 질문을 던지는 순간, AI가 만들어준 답변만 외웠던 학생들은 말문이 막혀버리는 겁니다. 유창하던 답변은 온데간데없고, 동문서답을 하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속출하며 ‘면접 격침(面接撃沈)’을 당하는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명문 사립대학인 주오대학(中央大学)이 2024년 4월 도입한 3D 아바타 면접 연습 시스템 ‘Chu활봇’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면접 준비를 돕는 유용한 툴이지만, 여기에 과도하게 의존한 학생들은 오히려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말투와 논리를 잃어버리는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서류는 완벽한데, 실제 면접에서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로봇 같은’ 지원자가 되어버리는 딜레마에 빠진 셈입니다.
숫자와 데이터로 보는 ‘AI 면접’의 빛과 그림자
사실 일본 기업들은 AI를 채용 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 기업에서 AI 면접 툴 ‘Our AI 면접’을 371명에게 테스트한 결과, 1차 면접에 드는 시간을 무려 88%나 줄였고, 217만 엔(약 1,900만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이미 900개 이상의 기업이 도입한 대화형 AI 면접 서비스 ‘SHaiN’처럼, 24시간 언제든 비대면으로 면접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 엄청난 장점이죠.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AI 광탈’의 그림자가 짙어집니다.
- 편리함의 역설: 학생들은 AI 면접 툴(SHaiN, PeopleX 등) 덕분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습할 수 있지만, AI가 제시하는 모범 답안에 익숙해진 나머지 인간 면접관의 예측 불가능한 질문에는 전혀 대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 새로운 리스크, ‘AI 리터러시’ 부족: 온라인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기업은 AI로 지원자를 효율적으로 ‘필터링’하는데, 정작 지원자들은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Z세대 고유의 문제: 일본에서는 이미 중학생 시절부터 AI로 작문 과제를 해결하던 세대가 취업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지식은 풍부할지 몰라도, 그 지식을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경험’으로 풀어내는 훈련이 부족해 면접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습하다가 침몰했다ㅋㅋ” 일본 현지의 생생한 반응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본 SNS는 그야말로 뜨겁습니다.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패담이 쏟아져 나오며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AI가 너무 편리해서 믿고 맡겼다가 실전 면접에서 완전 망했어요.”
“연습 툴로 시뮬레이션만 돌렸더니, 면접관 질문에 머리가 하얘지면서 침몰함ㅋ”
반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입니다. 한 인사 담당자는 “AI 면접은 지원자를 걸러내는 효율적인 필터일 뿐, 2차 대면 면접에서 지원자의 진짜 역량과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AI가 만든 그럴듯한 포장지를 쓴 지원자들을 오히려 더 쉽게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죠. 일본 언론 역시 “AI는 면접관이 아니라 필터”라며 과도한 의존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AI 시대, 우리가 진짜 준비해야 할 것
일본의 ‘AI 광탈’ 사태는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한국에서도 AI를 활용한 채용 과정이 점점 더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죠. 기업들은 앞으로도 1차 면접을 AI로 대체하고, 남는 시간에 핵심 인재를 발굴하는 전략적인 업무에 더 집중할 것입니다.
결국 핵심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AI는 내 경험을 정리하고 논리를 다듬는 ‘보조 도구’로만 활용해야 합니다. AI가 써준 완벽한 문장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스토리’와 ‘나만의 생각’을 구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주오대학이 향후 자기소개서 첨삭 AI를 추가로 도입하며 ‘AI 기술 + 인간의 역량’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교육을 모색하는 것처럼 말이죠.
챗GPT로 면접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뒤에 가려진 ‘진짜 나’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편리한 도구에 영혼까지 맡기지 않도록, 우리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갈고닦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휴PD였습니다!